디너롤, 브리오슈, 햄버거 번 등 어떤 빵을 만들든, 식감은 밀가루와 이스트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반죽 속 당과 지방의 비율은 부드러움, 촉촉함, 크럼 구조, 심지어 보관 기간까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글에서는 당과 지방의 비율 변화가 번의 식감에 미치는 다섯 가지 구체적인 변화를 살펴보고, 원하는 식감을 만드는 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지방이 많을수록 더 부드러워진다
지방은 반죽의 질감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버터, 오일, 달걀 등 지방 함량을 높이면 단백질 가닥에 코팅이 형성되어 글루텐 형성이 억제되고, 결과적으로 더 부드럽고 섬세한 크럼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브리오슈 같은 고지방 번이 폭신하고 리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지방은 굽는 동안 수분을 잡아주기 때문에 빵이 더 오래 촉촉하게 유지됩니다. 단, 지방이 너무 많으면 반죽이 치대기 어려워지고 발효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2. 설탕은 갈변과 껍질의 식감을 증가시킨다
설탕은 단순히 단맛만을 위한 재료가 아닙니다. 굽는 과정에서 아미노산과 결합해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며, 번의 표면에 황금빛과 고소한 풍미를 더합니다.
또한, 설탕은 캐러멜화 반응을 통해 얇고 바삭한 겉면을 형성하는 데도 기여합니다. 다만, 설탕이 너무 많으면 작은 롤이나 높은 온도에서 쉽게 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밀가루 대비 5~10% 정도 설탕을 사용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3. 수분 유지력이 증가한다
설탕과 지방은 모두 수분을 끌어당기고 유지하는 성질(흡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성질 덕분에 고당 고지방 반죽은 구운 후에도 며칠간 촉촉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설탕은 물 분자와 결합해 노화를 늦추고, 지방은 전분을 감싸 회귀경화(빵이 굳는 현상)를 지연시킵니다.
이로 인해 단맛이 있는 번이나 샌드위치 번 등은 시간이 지나도 퍽퍽해지지 않고 부드러운 질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4. 지방이 많으면 글루텐 형성이 약해진다
적당한 지방은 부드러움을 주지만, 너무 많으면 반죽 구조에 해가 됩니다. 글루텐은 빵의 구조를 지탱하고 부풀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과도한 지방은 이를 방해하여 결과적으로 질긴 번이 아닌, 푹 가라앉은 번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반죽 초기부터 지방을 넣으면, 지방이 밀가루 입자를 코팅해 수분 흡수를 방해하고 글루텐 형성을 저해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제빵사들은 지연 지방 첨가법을 사용합니다. 일정 시간 치댄 후에 지방을 넣어 글루텐 형성을 먼저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햄버거 번이나 브리오슈 등에는 이 방식이 적합합니다.
5. 설탕이 많으면 발효가 느려지지만 풍미는 깊어진다
설탕은 이스트의 먹이가 되지만, 너무 많으면 오히려 발효를 방해합니다. 고당 반죽은 삼투압이 높아져 이스트의 수분을 빼앗고, 활동을 둔화시킵니다. 이는 발효 시간이 길어지고 빵이 덜 부풀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설탕은 풍미 형성에도 기여합니다. 느린 발효 과정에서 설탕은 유기산과 향미 물질로 분해되어 더 깊고 풍부한 맛을 만들어냅니다. 설탕 함량이 높은 반죽을 사용할 경우, 이스트를 약간 더 넣거나 발효 시간을 충분히 늘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시나몬롤이나 우유식빵 등은 밀가루 대비 15%까지 설탕을 사용하기도 하며, 이러한 반죽은 보통 두 번의 발효 과정이 필요합니다.
재료의 균형으로 완성되는 번 식감
번의 식감은 당과 지방의 비율에 따라 확연히 달라집니다. 지방은 부드러움을, 설탕은 색, 수분, 풍미를 책임지며, 이 두 성분은 글루텐과 발효에 영향을 주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이 다섯 가지 핵심 원리를 이해하고 적절히 조절하면, 디너롤부터 리치한 브리오슈, 달콤한 조식 번까지 원하는 스타일의 번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빵을 만들 때 설탕과 지방의 비율을 어떻게 조절하시나요?